하루를 탁발하는 고행자
김신영
다복이 피는 꽃은 복이 있나니 구들장보다 환하나니 오만 세상에 빛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도 책갈피 끼워 빼곡히 밑줄을 긋던 사람
철마다 피는 꽃은 빛이 있나니 그늘보다 아름답나니 버덩한 세상에 복 받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은 선한 뜻 이어 가만히 행동하는 풀빛
우리는 오늘을 편물 누더기에 탁발하는 고행자일까요 대사를 까먹은 배우처럼 당신 집 앞에 오래 서 있었을까요 흡반이 있는 여덟 개의 다리를 가졌을까요
지금은 모오든 복 받은 것에 꽃밥을 흩뿌리면서 여덟 개의 눈으로 가만히 흰 깃을 닦아 주던 하루를 탁발하던 마음씨 환히 비추어 봅니다
▶‘하루’라는 물리적인 시간은 짧으나 그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길고 힘들 때가 많다. 따라서 하루를 구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인내하고 견디며 하루를 살다 보면 기쁘고 뿌듯한 하루가 완성된다. 이에 우리는 하루를 탁발로 보내는 수도승처럼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탁발’은 의미의 확장으로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며 ‘고행자’는 하루를 잘 살아낸 우리 자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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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4년 계간 <동서문학> 신인상
한국연구재단 지원작가, 경기문화재단 우수작가
시집 『화려한 망사 버섯의 정원』 『마술 상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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