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다
서종현
나의 스물이 한 때의 얼굴을 씻으며 웃는다 그렇게, 어제 아니면 그제 정도만 담은 겨우 오늘과 어제 오늘과 그제의 거리만 담은 겨우가 너를, 그리움이 그리움을 그리워한다면 웃을까 고장 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며 어쩌면 고쳐지지 않음이 고마운 고장 때늦은 고장을 여기까지 끌고 와 차라리 서른일곱도 괜찮아 겨우 열일곱 해 어린 날의 주름살에도 공간은 있어 채워놓았던 그때의 여전히 너와 같은 너를 꺼내어 새로 얻은 주름살에 채워 넣지 못함이 그때의, 아마 나의 서른일곱은 이제 열일곱 해 지난 것이기 때문 이 아닐지 피도 없이 살빛의 네가 갸름하게 웃으며 잊히지 않은 스물을 가지런히 드러내기 때문 이 아닐지 스물의 길이만큼 깊이만큼만 담았으니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새 주름살의 비어있음이 열일곱 해의 텅 빈 공간이 그만큼 너를 생략했기 때문, 은 아마도 그리움이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것 여전히 스물에 멈춘 너를 생략하고 한동안만 스물인 네가 되어 곧, 아예 멈춰버리게 나는 나의 서른일곱이 씻기는 오늘의 얼굴을 보며 웃는다 나의 서른일곱이 설우는 이 밤 고장 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며
▶시와 인간 사이의 거리를 생각한다. 조금은 껄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시나 인간이나 거기서 거기다. 그 정도가 서로를 인정할 수 없는 어딘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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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0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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