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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님의 얼굴이었습니다
김영자
하늘 속에 흰 배꽃이 가득 찬 불암산彿岩山 아래 사는 수도 사제는
오늘 아침 막달라 마리아처럼 울고 싶은 아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낮엔 봄을 님이라 불렀습니다 흰 옷자락 만지던 날은 내 꿈속이었지만 오늘은 배꽃을 받으며 님을 만났습니다
꽃목걸이 걸어주시던 따뜻한 손 봄처럼 안아주시던 님 봄이 되어 오신 나의 님
봄이 님이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봄이 님의 얼굴이었습니다
▶봄은 생명이며 사랑이다. 그리고 희망이다. 어느 해 4월 불암산 아래 있는 수도원에 머문 적이 있다. 온통 배꽃이 하얗게 핀 수도원에서 며칠 동안 개인 침묵피정을 했다. 고단함을 안고 간 그곳에서의 쉼은 평안을 가져왔고 머묾과 비움 그리고 새로운 마주침은 경이로움의 세계였다. 거룩한 옷자락을 만지던 꿈속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봄은 창조의 신비가 넘치는 지상의 축제를 열었다. 축제에서 만날 수 있는 님의 얼굴은 봄, 그러나 어디 봄뿐일 것인가. 여름이며 가을, 겨울도 우주만물의 리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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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7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서울 시인상, 한국 시인상 수상
시집 『양파의 날개』 『낙타뼈에 뜬 달』 『전어비늘 속의 잠』 『호랑가시나무는 모항에서 새끼를 친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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