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관한 편견
강희안
부침개를 구울 때마다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는 습관이 있다 수직으로 죽어간 빗방울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온 집안 들끓는 빗소리에 라디오를 켜는 버릇도 있다 잡음잡음 잡히는 그의 아릿한 살내음, 비 오는 날 부침개가 그리운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 화르르 제 몸을 뒤집어야 하는 저 뜨거운 몸을 보라 투명한 분계선을 넘나드는 빗소리, 외마디 돌의 비명이 새겨진 유리창엔 사랑을 깊이한 눈망울도 맺혀 있다
또록또록 빗방울 받아 적은 유리의 기술이다
▶비가 내릴 때마다 부침개를 굽는다. 그럴 때마다 자글자글 전해오는 소리는 꼭 빗소리를 닮았다. 라디오를 켤 때 들려오는 잡음을 닮았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주파수를 제대로 잡아야만 선명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빗방울의 음성을 유리 원고지에 받아 적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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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너트의 블랙홀』 『신발 신겨주는 여자』 등
평저로는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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