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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미장센
배세복
벤치에 털썩 주저앉은 배경의 사내가
마른세수를 하는 척 멈춘 손과 얼굴의 병치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쪽으로 부는 바람의 행방이
남아 있는 꽃잎을 듬성듬성 날리는 벚나무 옆 흐린 가등이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시치미 떼는 봄밤의 습속이
벤치 위 무릎으로 고개 묻게 만드는 두 다리의 위작이
서서히 고조되며 들썩이는 체크 셔츠의 진동이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사람을 꺼내지 않으려는 흐느낌이
그럼에도 조금씩 들켜버리고 마는 속울음 사이사이 호명이
차라리 암전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암묵의 사내가, 내가
▶벤치에 앉는 순간 나는 카메라가 된다. 감독이 된다. 따뜻한 봄밤이다. 아직 추위가 조금 남아있지만, 밤의 벚꽃은 꽃샘추위도 별거 아니라는 듯 공기마저 훈훈하게 한다. 늦은 시간까지도 사람들은 꽃 산책을 한다. 가끔 어깨 위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털어내지도 않고 걸음마다 대화가 이어진다. 모든 게 완벽하다. 무대장치도, 조명도, 음향도. 당신만 사라지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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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문학동인 VOLUME 회원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 『목화밭 목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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