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고등어
손석호
오른손이 의수인 그는 어선을 탔었다고 했다
노을이 도마 위 핏물을 벌겋게 덧칠하자 무쇠 칼이 고등어 배를 가르던 왼손을 놓아주었다 목장갑에 달라붙은 왕소금을 털어 낼 때 화구 밖으로 거세게 역류하는 화염 파르르 얼굴에서 출렁이는 난바다 석쇠를 뒤집는 팔뚝 근육이 로프처럼 팽팽하게 솟았다 한 번도 눈감지 않은 고등어의 눈알과 마주쳤을 때 연기 때문에 맵다며 갱빈으로 걸어 나갔다 내성천이 바다로 가는 물길을 보여 주자 꾹 깨문 입술 쪽으로 왕소금처럼 왈칵 뿌려지는 눈물 억새 무리 어둡도록 파도가 되어 주고 버들가지가 뺨을 훑어 주는 동안 강물이 이유를 묻지 않고 따라왔다 배를 가른 고등어의 안쪽 등뼈 같은 억새밭 샛길을 가로질러 돌아오며 눈가에 핀 소금꽃 털어 냈다 골바람도 나와 앉은 툇마루의 늦은 저녁상 숙성된 바다를 마시며 컴컴한 내성천에게 어떻게 고등어가 내륙으로 거슬러 올라와 익어 가는지 물었으나 새벽녘까지 희미한 물소리만 들려주었다
▶내 고향 영주는 내륙지방으로 싱싱한 해산물을 접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안동 간고등어’라는 유명 상표가 있을 정도로 염장 고등어가 유명하다. 간고등어는 어린 시절 유일하게 맛볼 수 있었던 생선이었고 심지어 이 지역에서는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오래전부터 영주, 안동 지역은 인접한 영덕에서 각종 해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었는데,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고등어를 운반, 보관하여야 하므로 독특한 염장 기술이 발달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간고등어가 유명하다보니 가끔 고향을 방문하게 되면 낙동강 지류 내성천에 마치 고등어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고, 어부와 내륙 사람들의 삶과 슬픔이 서로 어우러져 낙동강을 따라 다시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다. 고등어가 간이 들며 깊은 맛을 내는 간고등어가 되듯 시심으로 숙성되고 싶은 겨울이 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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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주변인과문학〉 신인문학상 1994년 공단문학상
2018년 등대문학상 시집 『나는 불타고 있다』
이북 『밥이 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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