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학개론
려원
지구의 몸무게는 호두 한 알의 무게
호두까기인형이 지구의 속알맹이를 다 까먹어버렸는지 모를 일이야 호두의 입장에서 몰입하다가 자전축의 생각을 쓸쓸하게 짚어보기로 해
당신이 사다준 호두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적도와 위도로 굴려보면
우리의 안쪽과 바깥의 온도차가 손안에 꽉 쥐어지지
그때 별자리를 이루는 궁합 엇갈린 애정운과 이별수가 자주 교차되고 있었지
이상한 침묵도 이상하게 서로 딱딱 소리를 냈었지
무심코 호두알을 손바닥에 굴리는 건 벗은 지구의 느낌
호도의 저지선을 무조건 깨트려보고 싶은 것 뿐이야
▶무심코 호두를 굴리다가 내 손바닥에 호두 한 알의 세계가 깨졌다, 모르는 사이에 저마다 다른 세계로 온도차가 나는 것처럼 호두알 하나에도 꽉 찬 알맹이, 딱딱한 저지선이 견고한 세계로 버티고 있었던 거다. 그런 세계를 지키거나 깨트리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과 이별을 반복했던가. 호두 알맹이를 꺼내 먹는다. 갑자기 지구 중심이 텅 비는 공허감, 허무를 느끼며 남은 호두알을 굴린다. 계속 굴리다보면 불현듯 저지선을 넘어 어디로든 건널 수 있을 것만 같다. 습관적으로 내가 속해있는 세상이 호두알 같다는 느낌이 든다.
|
 |
|
| ⓒ GBN 경북방송 |
|
▶약력
2015년 <시와표현> 등단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 『그 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