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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싱가미싱` / 김도우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09일
싱가미싱


김도우




원피스에 나비들이 날아들었다
땡땡이 주름치마 줄무늬 잠바스커트가
서문시장으로 줄줄이 팔려나갔다
밤새 손톱을 물어뜯던 노루발이
바람구멍을 촘촘히 막았다

달빛이 바람을 잠재우자
엄마의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다
숙제 검사를 기다리다 지친 나는
엄마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미싱 소리를 덮고 잠이 들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구둣발로 미싱을 걷어찼다
이불에 낙서를 하던 동생이
가위질 소리에 잘려나갔다
왕진 온 남자가
목이 부러진 엄마를 일으켜 세우자
아이들은 신발이 많아졌다

눈이 까만 아이들이
탯줄을 탱탱하게 잡아당길수록
박음질하던 실밥이
툭툭 끊어졌다
달이 기울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실통에 아이들을 걸어둔 채
싸락싸락 치맛자락 소리를 끌며
엄마는 먼길을 나섰다
싸락눈이 내리는 그믐밤이었다




▶어릴적, 엄마가 만들어준 리본 달린 백설 공주 옷을 입고 학교를 가면 선생님께서 예쁘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으쓱해졌다. 친구도 내 주위에 모여들었다. 미싱은 우리 가족을 먹여살려준 보물이었다
일거리가 많아질수록 엄마는 의자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밤늦도록 미싱이 돌아갔다. 유명한 양장점으로 때로는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는 맞춤옷으로 엄마가 돈을 많이 벌수록 엄마하고 이야기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가족들은 점점 지쳐갔고 아버지는 늦게 오시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엄마는 과로에 쓰러져 흰 눈 내리는 날, 어린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내 마음속 미싱은 지금도 돌돌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4년 에세이문학 수필등단
  2005년 에세이문예평론 등단
  2007년 한국시 등단
  2020년 애지등단
  수필집 『길찾기』 『노을이 내게로 왔다』
  시집 『벽지가 피어나다』
  에세이문학회원, 작가회의회원 애지문학회원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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