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자르며
이은수
시간에 깃들어 살아온 사람들은 안다 자르고 나면 생기는 경계선 위에 태어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선을 자르고 종이접기를 했던 그때 모서리를 접고 펴길 수십 번 했던 마법의 순간이 별로 반짝일 때
선은 면을 낳고 면은 원을 낳고 한 걸음 뒤에 서서 보면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떤 삶도 잘라내야 하는 시점이 오면 온몸에 불꽃 튀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그믐달에 등을 기대야 하는 나의 귀가 주문을 바로 외운다 -카르페디엠*
직선만 남긴 겨울나무도 꽃눈을 달고 경계선에서 바람 맞서며 내일을 그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다
*Carpe diem – 이 순간을 즐겨라 호라티우스의 시 <오데스>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
▶보통 60세가 지나면 직장생활에서 정년 은퇴를 합니다. 우리집도 예외 없이 은퇴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문득 시간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혹은 이세상에서 은퇴는 언젠가 오는 건 당연히 정해졌습니다. 젊었을 때 꿈도 꾸고, 꿈도 펼치고 원하던 스타도 되고 자기의 시간을 잘 채우고 지내지요. 그러다 결국 돌고 돌아도 일의 끝에 다다르면 우울과 절망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겨울 나무가 꽃눈을 품고 바람에 맞서는 것처럼 우리도 카르페 디엠 <이 순간을 즐겨라>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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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 <아동문예>로 동시 등단 2021년 <미네르바>로 시 등단
제10회 서울시 문학상 수상 시집 「링크를 걸다」 「코끼리를 타고 바다를 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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