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박양미
텅 비어 아무것도 아니었다
1월이 시작되기 전 새달이 돋기 전에
아무것도 없을 때 아무것도 아닐 때부터
돌개구멍으로 수억 개의 물이 들고 나고 무른 혀가 무딘 돌의 몸을 만드는 일
시름을 삭히고 되돌아가지 않는 일
일월 앞에 자리하는 영월은 오지 않고 동강 동강 물을 건너 사람의 물길이 끊어지다 멈추고
요선암 벼랑 아래 얼굴 없는 그림자만 서성이는데 일월도 2월도 기다리지 못하고 영월만 덩그러니
없어서 비어서 차지 않아서
수억 개의 빈 달이 뜨고 지는 가슴 속 구멍에 바람을 품게 되었다
그곳을 지나온 후 너는 달라져 있었다
▶우연히 영월에 가게 되었습니다. 낯설어도 익숙한 풍경이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마음이 깃들면 이야기가 되나봅니다. 지치고 힘들다면 어딘가로 떠나볼 일입니다. 새로운 공간과 시간에 나를 내려놓고,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꼭 무엇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불완전한 나도 충분히 어여쁘다고. 자신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시가 되고 노래도 됩니다. 들려주세요, 끝나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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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3년 서정시학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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