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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햇빛이 다 했어요` / 강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01일
햇빛이 다 했어요


강물




바위에 틈이 있는 건
바위도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긴 세월 쌓인 말들이 놓여나기 위해 또 긴 세월 들여 만든 틈이라는 수화로 새를 불러 모으고 나무도 여럿 키워 냈습니다 틈은 그렇게 품이 되는데 
가끔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면 그건 당신이 기도하고 있는 거지요

기도로 쓴 마음들은 다시 햇볕으로 돌아갑니다 햇볕은 닫힌 문들을 여는 종소리, 사이프러스
나무도 귀를 열고 햇빛의 말을 듣고 있어요

햇볕은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있었지요 어느날 바위산 몬세라트*가 되고 지저귀는 새들의 말이 되었어요

내가 듣는다는 거 새도 나를 듣는다는 거예요

이공원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도원 햇볕들이 함께 울리기 시작해요

누구에게나 발아래 햇빛이 풀어 던지는 말
나무 그늘에도 종소리를 뿌리는 수도사들

모든 건 햇빛이 다 했어요


*스페인에 있는 톱니 모양의 바위산.




▶오랜만에 햇빛이 났습니다. 습기를 털어내려 창문을 여니 매미소리가 먼저 밀고 들어옵니다. 여름이 한창입니다. 햇볕이 뜨거워 다른 계절을 기다려도 보지만 제몫을 다 하고서야 여름은 물러갈 것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제몫을 다하기란 실로 벅찬 일이니까요.
 스페인 여행 중 몬세라트 산을 올랐습니다. 그때 웅장한 바위산아래 있는 수도원의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인간의 신에 대한의지와 겹쳐져 바위의 의지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모든 건 사랑에서 시작된 거라고, 사랑은 저물지 않는 빛이라고 햇빛을 한아름 안고 산을 내려 왔습니다.




ⓒ GBN 경북방송




▶ 약력
   2023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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