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다 했어요
강물
바위에 틈이 있는 건 바위도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긴 세월 쌓인 말들이 놓여나기 위해 또 긴 세월 들여 만든 틈이라는 수화로 새를 불러 모으고 나무도 여럿 키워 냈습니다 틈은 그렇게 품이 되는데 가끔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면 그건 당신이 기도하고 있는 거지요
기도로 쓴 마음들은 다시 햇볕으로 돌아갑니다 햇볕은 닫힌 문들을 여는 종소리, 사이프러스 나무도 귀를 열고 햇빛의 말을 듣고 있어요
햇볕은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있었지요 어느날 바위산 몬세라트*가 되고 지저귀는 새들의 말이 되었어요
내가 듣는다는 거 새도 나를 듣는다는 거예요
이공원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도원 햇볕들이 함께 울리기 시작해요
누구에게나 발아래 햇빛이 풀어 던지는 말 나무 그늘에도 종소리를 뿌리는 수도사들
모든 건 햇빛이 다 했어요
*스페인에 있는 톱니 모양의 바위산.
▶오랜만에 햇빛이 났습니다. 습기를 털어내려 창문을 여니 매미소리가 먼저 밀고 들어옵니다. 여름이 한창입니다. 햇볕이 뜨거워 다른 계절을 기다려도 보지만 제몫을 다 하고서야 여름은 물러갈 것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제몫을 다하기란 실로 벅찬 일이니까요. 스페인 여행 중 몬세라트 산을 올랐습니다. 그때 웅장한 바위산아래 있는 수도원의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인간의 신에 대한의지와 겹쳐져 바위의 의지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모든 건 사랑에서 시작된 거라고, 사랑은 저물지 않는 빛이라고 햇빛을 한아름 안고 산을 내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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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2023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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