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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거울 바깥으로의 망명` / 조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22일
거울 바깥으로의 망명


 조희




 함께라서 외롭다고
 그들은 바다를 끌어안으러 간다고 했다

 거울에 비춰지는
 줄지어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죽음에 이르는 병
 바다를 위해 살고 바다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멈출 줄 모르는 레밍, 레밍들은 거울 바깥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병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가 빈 방에 오도카니 앉아 그들이 
걸어간 언덕이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벽은 아닐 거야, 그럴 거야

 멈추면 볼 수 있는 풍경을 모르고. 바람이 뒤돌아갈 때 들리는 
풍경소리도 못 듣고, 왜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직
선밖에 모르는 레밍, 레밍들, 사랑이나 주식이나 도박에 눈 먼 사
람들처럼 맹목에 뛰어드는 백수광부들

 가장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본 레밍만이 바다를 끌어안았을까 기
어코 바다를 가져보기나 한 걸까 바다가 그까짓 것들을 알기나 할까

 바다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혼자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

 파도가 이불 속으로 찾아와 문고리를 잡듯 나를 흔들 때
 안쪽으로 휘어질 줄 모르는 거울만이 빤히 나를 바라보고 바다는 거울처럼 반짝이고

 유튜브로 툰드라 지역을 검색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레밍들을 보고 말았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절벽에 노크한 기분
 아, 직선으로 죽을 줄 아는 생명은 아름답다

 이제 거울을 바꿔요
 어제의 거울은 레밍의 뒷모습
 거울의 옆구리를 꼬집거나 거울을 깨뜨릴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커튼 사이로 거울을 읽고 난 몇 개의 햇살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핸드폰이 울렸다
 그것이 우르르 우르르 몸을 떨었다




▶지구촌의 기후재난이 참혹한 사태를 부르고 있고, 국가나 사회에도 재난과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관계그물망에서 ‘불안’과 ‘절망’으로 고통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시에 나타나는 레밍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모리스 블랑쇼의 ‘죽음보다 강한 죽어가는 경험’을 발견하게 한다. 혼자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선택한 직선의 죽음은 ‘죽음의 바깥’이라는 문학적 공간을 획득한다. 레밍이 사라지는 동시에 죽음은 시적 화자와 독자 자신까지 사라지게 만든다. 다만 우리가 바다를 인지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다가 거울로 변주되는 물의 상상력은 내면적 자기성찰의 핵심적 이미지다. 이것은 바깥의 사유를 드러내는 영혼의 얼굴이다. 과거 우리 시에 나타나는 ‘바다’가 우리 민족의 아픔을 말해주는 공간이었다면, 거울이미지는 현실비판적인 이미지를 더해준다. 결국 함께라서 외로운 영혼의 깊이는 어떤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시대를 울리는 역설의 힘을 아닐까. 죽음에서 생명으로, 우울에서 명랑으로, 불신에서 믿음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우르르 우르르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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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2022년 제21회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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