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는 늙은 비둘기가 많다
김명림
지팡이 짚은 비둘기 비틀거리는 공원 삐걱거리는 나무벤치에 앉아 깡마른 무릎 위에 신문 펼쳐 놓고 먼 산 바라기 하는 늙은 비둘기 검정양복을 입으셨다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일까 슬픔에 절은 향 내음 바람결에 묻어온다 매지구름 검버섯 핀 얼굴 한가운데 떠 있다 슬그머니 옆자리에 앉아 파고다담배 한 게 피 건네 드렸더니 씁쓸한 담배 연기 속 넋두리 하얗게 피어오른다 깃털 빠진 비둘기들 양지 끝에 모여 앉아 꾸뻑 꾸뻑 졸고 있는 탑골공원에는 늙은 비둘기가 많다 휘청거리며 그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어느 한적한 작은 공원, 검정 양복을 입은 노인이 신문을 보고 있었다. 아니,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그 옆에는 낡은 지팡이가 놓여 있고, 대책 없는 등나무 꽃은 청춘을 한껏 발산하며 보랏빛 웃음으로 가득했지만, 친구의 문상을 다녀오는지 노인의 몸에서는 향 내음이 났다. 나는 뜬금없이 탑골공원의 노인들이 떠올랐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있다면 덜 고독할까? 바둑을 두고 무료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싯적 이야기꽃을 피우면 덜 외로울까? 그러면 먼 길 떠날 때 울어 줄 친구 몇명 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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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어머니의 실타래』 『내일의 안녕을 오늘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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