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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누군가 나를 스캔하고 있다` / 최연숙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06일
누군가 나를 스캔하고 있다


최연숙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었다니요, 역설과 아이러니, 패러독스가 뒤섞여
나도 나를 거꾸로 읽는 날 자주 있는데요

며칠 이포에서 안개가 밀려왔어요, 엷은 겨울 숲 빛 아메리카노와 연식이 오래된 소나무 향기 같은 에스프레소 사이의 넘나듦과 넘나들다가 뒤섞인 빛처럼, 묘한 뉘앙스의 눈빛일지라도 재미있다잖아요

안개는 언제 걷힐까요, 자주 지루하기도 하고 앞날이 흐릿하기도 하지요, 그제가 어제인 듯 경계가 모호한 그녀처럼, 우리 사이엔 늘 유빙이 떠다녀요, 모서리끼리 근접하여 아찔할 때도 있지요

딱 부러지고 다부지다니 간혹 느슨한 재미라도 있어야 하잖아요, 영화도 책도 재미있어야 보고 읽는 걸 하물며 나를 읽는 재미 없으면 그렇잖아요, 음악이 내 몸을 연주하듯 느끼며 유영하며 넘보는 재미, 그렇게 한 페이지씩 넘겨 가는 거래요

아바타2, 영웅을 쉐어하기로 한 날 하필 남편이 다리 수술을 해야 한대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1번 3악장에서 전쟁광 푸틴이 왜 지금까지 꽃잎들의 목을 자르고 있는지 ⃰피의 일요일을 세밀히 읽어야 해요, 동서양을 넘나들며 사람 읽는 재미만큼 즐거운 일도 없는 것 같아요

문득 ⃰ 하루 읽는 재미를 말해주고 싶은 밍밍한 너



⃰ 피의 일요일: 1905년 페테르부르크의 동궁광장에서 일어난 노동자 학살사건
하루: 고양이 이름




▶일전에 영화 <크리에이터>를 감상했다. 문명의 진화가 어디까지인가 두려움이 엄습했다. 문밖을 나서면 거미줄처럼 CCTV가 우리를 스캔한다. 그것 뿐인가. 사방에서 나를 조준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노출되어 있다. 문득 사람들의 눈에 스캔 된 나의 모습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궁금한 날이 있었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해가는 유비티즌의 시대, 왠지 불안하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5년 <시평> 작품발표로 활동 시작
   제31회 율목문학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  『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 『유다의 하늘에도 달이 뜬다』 『모든 그림자에는 상처가 살고 있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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