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誤算
안경모
한 걸음 한 걸음씩 캄캄한 아스팔트 술 취했어도 방금 비틀비틀 무단횡단을 수월하게 했던 사내
한 뼘 높이 인도人道로 올라선다, 내려온다, 올라선다, 내려온다 오르지 못함을 반복한다 저리로 올라서야 익숙한 길일 터
두세 번 반복되는 실패가 결코 낯설진 않을 나이 한 번에 오르지 못하는 한 뼘 턱을 높이로 잴 것인가 거리로 잴 것인가 정신이 잡히지 않는다
턱은 올라서야 넘기 시작하는 것이며 오르는 곳은 높이로 재야 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던 나도 따라 올라선다, 내려온다, 올라선다, 내려온다, 오르지 못하고 있다 낮에는 말쑥했을 사내의 살아온 지도는 어쨌든 굴곡 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그림 가끔 부딪는 충격쯤 세상이 만들어 준 탄성彈性으로, 튕긴 만큼 생긴 거리는 기꺼이 받을 아량으로 버릇처럼 늘 돌아 극단極端을 만들지 않는 나와, 아직도 오르기까지를 거리로 재는 사내의 호흡이 깊다. 길어진다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는 삶이 버거워 불현듯, 지금 난 맞는 방식인 걸까? 침잠의 며칠이던 밤. 적색신호에 정차 중 저쯤, 왕복 6차선을 중년사내가 비틀비틀 무단횡단 하더니 정작, 높지도 않은 인도 턱 앞에서 멈칫! 한 발 올리고 다음 발을 올리는가 싶은데 못 올리고 내려오고 또 실패하고. 숨 차 보이던 그 모습에 순간, 이제껏 내 삶 전체가 겹쳐 보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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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5년 계간 《현대시선》 등단
2008년 윤동주기념문학상
2019년 용인문학인상 수상 시집 「너도 밤나무」, 「나무, 계절, 바람, 꽃들의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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