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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거짓말 사이
김양숙
사막은 오래된 미래의 시간이다 어딘가에 숨겨 놓은 경전 대신 바람의 밀회 현장을 찾는다 파기한 밀서보다 꽃을 슬어낸 각두殼斗*에 몰입했다
푸른빛과 싸우다 놓아 버린 죄의 지점 용서받지 못한 날들이 회전초로 구르는 동안 낙타의 눈물을 훔치고 싶다는 것은 사막을 그리워 한다는 것
사막의 비밀을 알고 사막의 암호를 풀어내는 낙타는 미래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탕진했던 내란의 피를 사막에 쏟는다
백 년을 기다려 세 번째 훔쳐낸 눈물로 피운 꽃 예리고장미의 순결해진 생을 요약한다 해도 정박을 허용한 회오리바람의 부푼 내장은 모래위에 거짓말의 뼈만을 쏟아냈다
사막에서 시간이라는 말은 덫이다 걸려들면 무엇이든 삼키는 것이 사막의 본능이다 더 이상 삼킬 눈물이 없을 때 언제나 같은 거리를 두고 지구 밖의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미라지도 거짓말의 범주에 속했다
태어나지 못한 행성의 계절에 달이 뜨고 잎이 변하여 가시가 되는 시간에도 사막의 비밀은 영원히 거짓말로 지속될 것이다
룩소르에서 후루가다까지 가는 길 오래된 미래의 시간을 꺼내어 펄럭이는 모래바람은 기억의 단층 속으로 4시간 남짓의 시간을 유린해 버린다
* 참나무과 식물에서 열매와 같이 밑 부분을 싸고 있는 동그란 종지모양의 깍정이를 말함
▶우리를 지배하는 시간과 사막은 동일 선상에서 동일한 미래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거짓말처럼 흘러가고 한 사람이 살았던 흔적 또한 먼 미래에는 모래처럼 부서지거나 사라져 갈 것이다. 사막에서 회전초가 구르는 것처럼 바람이 밀어주는 대로 구르는 나 그러니까 회전초의 방향은 애초부터 타의에 의한 것이며 여러 조건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 다녀왔던 여행지를 돌아보며 정말 내가 다녀왔나 하는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삶이 참인가를 묻는다. 아주 먼 후대에 우리가 살았었다는 흔적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누군가는 우리의 흔적을 사막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거짓으로 볼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로 보면 우리의 삶에서 시간은 무엇이든지 삼키는 덫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덫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도 사막 같은 도시에서 방향을 찾아 묵묵히 구르고 있는 나를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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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0년 《문학과 의식》시 등단
2009년 한국시인상]을 수상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 수혜, 시와산문문학회 회장.
시집 『지금은 뼈를 세우는 중이다』 『기둥서방 길들이기』 『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 『고래, 겹의 사생활 』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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