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도 애증이
김재농
가을걷이에 바쁜데 잠자리 한 마리 느닷없이 날아오더니 고춧대에 사뿐히 앉는다 너 왜 왔니! 내가 겁나지도 않아? 헤- 사람 좋게 생겼어요 내가 다 알아요 그런데 뭐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 그럼요
개울 건너 고구마 밭에 큰 소동이 벌어졌어요. 생쥐가 새끼 찾아 난리가 났어요. 고구마 캐느라 집을 뭉개버렸나 봐요.
그런데 아저씨! 재 넘어 산골동네에는 싸움판이 벌어졌어요 구절초가 막 세상 구경을 나오는데, 외래종 수레국화가 거들먹거리니 자존심이 상했나 봐요
또 저 아랫동네에는 울음바다에요 여름을 떵떵 울리던 개망초가 코스모스 때문에 울음보가 터졌어요 코스모스가 키도 크고 허리도 날씬한데다 얼굴도 예뻐서 사람들이 코스모스만 좋아한대요
거참 딱하구나 개망초가 촌뜨기 같지만 무더운 여름동안 애 많이 썼는데 코스모스에게 타일러서 잘 토닥거려 주라고 일러라! 그는 알았다는 듯 눈을 깜박거리더니 가볍게 날아간다
▶사람과 자연의 틈새 자연 속 구성원들의 틈새를 잘 들여다보면 사랑과 다툼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직접 파고 들어갈 수 없으니 잠자리를 데려와 다리를 놓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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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월간 <문예사조>, 계간 <스토리문학> 시부문 등단
월간 수필문학으로 수필 등단
시집 『투구꽃의 비밀』
수필집 『카이로 김약사의 지중해 이야기』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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