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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눈동자를 주고 갔다` / 정선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3월 12일
눈동자를 주고 갔다


정선희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단풍이 든다
달마산 도솔암이 그랬고
지리산 상무주암이 그랬고
무등산 주상절리가 그랬다

다시 볼 수 있을까
해마다 보는 단풍인데, 그는
너무 아름다운 것 앞에서는 울고 싶다고 했다
떨어지는 낙엽을 주워 담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붉은 물이 출렁거렸다

그가 눈동자를 내게 주고 간 눈동자
단풍이 들어 더 붉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단풍이, 구름의 한쪽 모서리가 접혔다

다시 볼 수 있을까

눈을 깜박일 때마다
공중을 가로질러 저 붉음은 든다




▶그를 생각하면 눈동자부터 떠오른다.
무슨 옷을 입었니? 하면 생각이 안 나는데
눈동자에 무엇이 담겼냐고 물으면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리면 눈동자만 그리곤 했다.
눈동자는 옹달샘 같아.
그 속에 구름이 살고 물고기가 살고 새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눈동자 속에서 영혼이 스미어 나왔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눈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를 따라 산천 구경을 많이 다녔다.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풍경을 아프게 눈 속에 담았다.
노란 안경을 쓰면 세상이 노랗게 보이듯.
그의 눈동자를 통과한 풍경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다시 볼 수 있을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눈동자에도 단풍이 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2년 『문학과의식』 신인상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20회 모던포엠 문학상 수상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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