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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16일
메타세쿼이아 연두


정서희




메타세쿼이아 공원으로 휠체어 한 대 밀려온다
앉아있는 사내의 등이 고니 목처럼 길다

오래 앓은 듯 해쓱한 얼굴
뒤통수 제비초리가 환하게 길을 내고 있다
절룩이며 달아나는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다

자전거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사라지는 길을 눈이 따라간다

훌라후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모퉁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로 산으로
점점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본다

요양보호사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재빨리 푸른 모자를 씌운다

제비초리가 흘끔 돌아보더니
사람들 속으로 밀려서 간다

캄캄한 고목의 가지 끝에 연둣빛 움이 총총 박혀있다




▶담장에 영춘화가 피어나더니 천지사방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목련이 피고 벚꽃이 피는 사이 조팝나무도 싸락눈 같은 꽃을 피웠다. 겨우내 보이지 않던 루게릭병을 앓는 사내가 메타세쿼이아 공원에 나타났다. 고목에도 연둣빛 움이 톡톡 튀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휙휙 달린다.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눈이 훌라후프를 돌리는 아이들을 쫓아간다. 학교를 마치면 뻔질나게 돌아다니던 길이다. 아이들의 자지러진 웃음소리가 들로 산으로 날아간다. 시계를 보던 요양보호사가 푸른 모자를 씌워서 사내를 밀고 간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문학과 사람》 추천으로 작품 활동 시작.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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