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어오는 나무
도인우
빌라1층 모퉁이 작은 카페 입구에 계절마다 말을 걸어오는 나무가 있다
태풍 매미에게 몇 개의 팔이 잘리고 뿌리가 패이고 허리가 휜 나무 콘크리트담벼락에 기대어 죽은 듯 몇 년을 보내더니 기어이 초록의 숨결을 피워 올렸다
갓 볶은 커피 향을 머금고 촉촉한 안개를 두르고 상처 난 몸을 뒤척이는 저 파란만장
-세상은 아직 살만합니다 -땅 속은 아직 따뜻합니다
오늘 아침 격자무늬 내 창문을 두드리며 간밤의 붉은 울음을 거두어 가고
생은 아프고 무거운 거라며 초록의 숨결을 골목 가득 채워주는 저 곡진한 무량함을 보고 듣는다
▶동네 작은 카페 몇 해 동안 창가에 몸을 기댄 채 말라가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도록 힘겹게 뿌리내리며 서 있는 모습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의 잎을 피워내는 끈기를 보고 항상 그렇게 살자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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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3년 계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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