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 - 우크라이나
손석호
포격 멈춘 부서진 창고 모퉁이 소년 눈에 기대어 웅크린 어둠
공포가 번쩍이며 하얗게 웃고 뱉어낸 울음 잘린 다리 옆에서 자지러지고
광선은 어둠을 밝히는 게 아니라 한 번은 죽음을 실행하고 다시 한번은 죽음을 확인하고
조준하지 않아도 명중되는 슬픔
부들거리다 웅얼거리는 그림자 깡마른 침묵
벽돌과 벽돌 사이 줄눈처럼 포로가 된 붉은 눈 끝없이 폭발하는 귀
장난감 대신 포탄 파편을 줍는 어린 손
지구는 잠시도 멈추질 않고 흰 눈에 찍힌 죽은 자의 선명한 발자국
죽은 자의 손목시계 속 아직 살아있는 시간 그리고
저 눈 녹아 발자국 지워지면 돌아올 수 없는 자의 두고 간 시간은
▶ TV에서 본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에서 병사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와, 어쩌면 이미 사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그 병사의 손목시계를 떠올렸다. 손목시계의 시간은 사자가 된 이후에도 한동안 손목에서 살아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목이 온기를 잃듯 차갑게 정지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지구라는 굴레는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짧은 인생도 굴레 속에서 삐걱대며 돌아가고 있고 누구든 언젠가는 시간을 두고 떠날 것이다. 지금 지구는 두고 간 아픈 시간으로 가득하다. 우리 이제 두고 간 시간을 찬찬히 닦아주고 보듬어보자. 살아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가능한 이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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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미래에셋.주변인과문학〉 신인문학상 공단문학상(1994), 등대문학상(2018) 당선
시집 『나는 불타고 있다』 이북 시집 『밥이 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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