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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삼대 유감` / 김성백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02일
삼대 유감


김성백



1970년인가, 공사 대금 떼먹고 도망간 업자를 찾아 멱살 잡았을 때
현금 없으니 압구정동 배밭을 대신 가져가라, 말 들었을 때
울 아버지, 밭뙈기는 필요 없으니 돈으로 달라 했을 때
한 달 뒤에 주겠다는 각서를 받아 들고 집으로 의기양양 돌아왔을 때, 나 태어나던 해
약속한 날 그 업자 또 도망가고 울 아버지, 새로 맡은 정화조 공사 때문에 그놈 잡기 포기했을 때・・・
울 아버지 술만 먹으면 그 얘기 했다
—그놈 말 들을걸
훗날 압구정 그 밭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들어섰다

1995년인가, 은평구 역촌동에서 두 번째로 큰 집에 살 때
150평짜리 단독 주택에 셰퍼드 키우고 연못 가꾸며 살 때
각 그랜저 2.4 몰래 끌고 건국대 일감호 놀러 갔을 때, 친구들이 모토롤라 카폰을 알현했을 때
울 아버지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집 팔고 고양시 59평 아파트로 이사 간다기에
그냥 여기 살거나 차라리 분당으로 가자고 내가 그토록 말렸을 때・・・
울 아버지 술만 먹으면 그 얘기 했다
—네 말 들을 걸
몇 해 지나, 역촌동 그 집 코앞에 6호선 새절역 개통됐다

2016년인가,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말하길
아들 서대문 살고, 작은누나 강남 살고, 큰누나 용인 사니
아버님, 고양 아파트 팔고 서울로 다시 옮기시면 어떨까요
종로의 마지막 대단지 아파트 잡아야 한다고 설득했을 때
울 아버지, 여기 공기 좋고 공원 있고 병원 가깝다며 거절했을 때・・・
나는 술만 먹으면 울 아들한테 그 얘기 한다
—며느리 말 좀 듣지
그때 그 경희궁 자이, 지금 따따블 간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때는 왜 몰랐을까

울 아버지 이제,
술도 못 마시고 걷지도 못하는데

눅눅한 가구 되어 마른 잠결에 소름으로나 아는 체하는
상처가 아물듯 기억이 아문다




▶아내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자식을 위해 가진 걸 전부 내놓았던 적이 있었다. 당신이 그랬다. 가족이 아니라면 시가 될 리 없었고, 시가 아니라면 우리네 삶이 이해될 리 없었다. 가족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그 가족이 지금 많이 아프다. 볕이었고 그늘이었고 숙제였고 렌즈였던 아버지. 느닷과 전조를 이야기한다. 꾸정꾸정 성깔을 부리며 비좁은 지리멸렬에 생채기를 더한다. 정확히 일인분의 세계에서 당신은 백열전구처럼 깜박거린다. 온 가족이 ‘아버지 3.0 시대’를 건너가고 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8년 계간 〈시현실〉 신인상
   2022년 제3회 이형기디카시신인문학상
   2024년 제14회 조영관문학창작기금 수혜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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