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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애플파이
김정인
그 섬에 온 김에 소문난 애플파이를 맛보기로 했다 사과를 닮은 파이 한 개를 넷으로 나눴다 사과는 분수를 좋아해 다행이라며 억지로 생각도 욱여넣었다
리조트 앞 바닷가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푸른 파도는 빨간 파이의 맛을 알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영감의 원천은 뭐든지 갖다 붙일 수 있는 것 트럼프 병사들이 카드 꾸러미가 되는 명장면은 혼을 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이야기
나는 앨리스처럼 토끼를 쫓아가 기상천외한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느닷없이 애플파이’라는 팻말을 포크로 콕 찍어준 그 낱말은 따라가고 싶었다 푸른 바다 위 갈매기는 끼룩끼룩 날고 혀끝을 스치는 맛, 빨간 애플파이
돌아오는 길 포크를 봉돌 삼아 찌를 맞추고 생각의 부력을 띄운다 끌어 올려진 문장은 세상 다시 태어나게 할 말 한마디 막힌 숨을 뚫는다 내 안에서 오래 숨 쉬고 있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이 아득한 줄 알았더니 고작 10년이고 고작인 줄 알았더니 아득한 10년이다. 그동안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얻었다. 받은 사랑도 깊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이어도 그저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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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도록 내 안에서』 『누군가 잡았지 옷깃』 『느닷없이 애플파이』 교육서 『엄마는 7학년』, 『쑥쑥 논술머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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