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리, 당신
박설하
당신은 물 장화가 어울려 삭은 볏짚이 들러붙어 추적추적 종아리를 따라다녀도
당신은 알곡을 셈하는 게 어울려 때아닌 폭우에 까뭇해진 마늘을 말려도
화요일 수요일이 다를 게 뭐야 구멍 뚫린 밀짚모자를 퉁명스럽게 고쳐 쓴다
검버섯이 어울려, 당신은 키보드 두드리던 손가락을 목장갑으로 감추고 굳은살이 거뭇거뭇 박힌
잡풀을 걷어내며 당신에겐 내가 잘 어울려? 흙탕물에 잠긴 채 꾹 입을 다문 마늘밭
두 발을 다지는 진흙은 뺄 수 없는 무게로 짓누르는데 검정비닐을 뚫고 올라온 마늘종들이 들리지 않는 매운 말을 주고받는다
때때로 어울리지 않는 변명이 있어, 우리에겐 당신 눈빛을 끌고 가는 월산리 그림자가 따갑도록 맵다
▶ 달그림자가 산자락에 걸리는 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회색 건물들이 짓누르는 무게를 견딜 만큼 견뎠으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려놓아도 되겠거니 생각했다. 아침 창에 늘어선 새소리에 요일들은 차츰 잊혀가나, 흙에서 손으로 건너오는 수고로운 무게를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있다. 지면으로 파고들수록 무겁게 또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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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2년 《애지》 등단
밀양문인협회 편집장, 경남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도시락 동인
시집 『화요일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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