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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이정은
문을 열고 들어오셨나요 구두를 벗어요 기다란 소파로 올라와요 꼼지락거려도 되겠지요 다리를 주욱 펴요 소파는 크림색인데요 발가락은 무슨 색일까요 보이지 않는 색일지도 몰라요 보이는 것이 실재하는 건 아닐 거예요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거든요 사람들은 내가 슬픔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해요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 입안에선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었어요 머리카락은 슬픔 대신 Coffee Tea Drink Flower Gift Shop을 먹어요 바구니에 담아요 안에는 발가락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어요 누가 넣었냐고요 슬픔을 좋아하는 당신이잖아요 잊었군요 여기 동명리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망각하지 말라고요 당신이 문을 열어 두신 것처럼요
▶사랑하는 당신께. 문을 열고 들어오셨나요? 당신의 발끝이 닿은 이 공간은 나의 마음입니다. 구두를 벗고, 부드러운 소파 위에 몸을 맡겨요. 발가락 끝에서 피어나는 색은, 아마도 우리가 공유하는 보이지 않는 슬픔일 거예요. 하지만 그 슬픔은 당신의 머리카락처럼 자라나, 커피와 차, 꽃과 선물로 변해 당신을 채우고 있지요. 여기 동명리라는 이름의 기억 속에서, 나는 당신이 남긴 문턱을 바라봅니다. 문은 열려 있고, 바람은 망각 대신 당신의 흔적을 들고 와요. 이 공간은 당신이 열어 두고 떠났던 감정의 집입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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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2년 <뉴스N제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평범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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