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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안에 들다
유연숙
처음부터 휘어진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도심 속 건물 사이에 기역 자로 구부러진 나무 한 그루 투박한 표피마다 무던한 세월을 새기며 늪 같은 허공을 온몸으로 기어 무릎이 짓물렀을 소나무 바람도 만나고 싶었겠지 외로움에 가슴도 시렸을 테고 햇살도 만지고 싶었을 거야 굽은 채로라도 버티어야 하는 것이 삶이라면 비스듬하든 곧게 서 있든 무슨 상관이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버스가 서고 출발하는 정류장 뒤에는 잠 설친 굽은 나무만이 새벽부터 사람들을 마중하고 배웅한다 기어이 세상으로 나온 나무의 품속으로 성큼 들어가 버스를 기다리면 어머니 치마폭에 감겨 서늘한 무릎을 베고 눕던 그때처럼 사르르 잠이 올 것도 같고 등 휜 어머니가 푸른 미소를 띠고 꽃잎처럼 날아오실 것도 같다
▶버스 정류장 뒤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습니다. 건물 사이에 뿌리를 내려 햇살도 바람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나무는 허리 꺾이는 고통을 참고 몸을 틀어 세상에 나와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곧고 반듯한 것만 인정한다면 불공평하지요. 가끔은 버스가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나무 안에 들면 어머니 품속인 듯 아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보며 어머니,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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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2년 <문예사조> 등단 현충일 추념식 ‘넋은 별이 되고’ 추모시 2회 선정 경북여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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