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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노인의 악보` / 최형만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02월 19일
노인의 악보


최형만




쓸모없는 것들은 묵음으로 자신을 가두는 습성이 있다
쭉정이로 내몰아 매듭으로 묶어낼 줄도 안다

혼잣말들이 어디선가 부활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겹겹이 껴입은 음계의 속을 모르고서야 어찌,

파 내려간 깊이만큼 돌아올 허공을 메우고 싶었던 사람들
변주곡은 한때의 유행일 뿐이고
연주자는 자주 바뀌었다

선을 벗어난 사람들은 싹둑싹둑 잘려나갔고

그때는 술에 취한 힘센 사내들도 맥없이 달아나야만 했다
웃자란 음표가 한 옥타브를 건너뛸 때마다
바람은 먹구름으로 음감을 조율했다

사막 같은 몸을 쑤셔대면 비명처럼 지르는 추임새
노인은 이제 귀도 없다

낡은 손금에서 울리는 공명이 수상한 날의 악보 같았다
얽히고설킨 음률은 난청으로 자란 지 오래여서
선율의 비밀이 발설되는 법은 없었다

하늘이 높아질 때마다 증폭되는 계절

마디를 음각하는 노인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악보에도 없는 사람들과 불러보는 허밍
기록하지 못한 음표가 건반으로 몰려갔다 흩어진다

수시로 불어오는 실바람에
몇 장씩 떼로 넘어가는 페이지들


 
▶트로트 열풍에 전 국민이 트로트 경연 프로를 볼 때였어요. 시간을 거슬러 젊은 청춘들이 다시 부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부르던 가수는 가고 없지만, 노래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어쩌면 우리네 삶은 트로트처럼 저마다의 한 소절을 부르고 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니 ‘노인의 악보’는 청춘의 악보가 걸어온 이름이겠죠.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계간 《동리목월》 소설로 등단
  202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편집위원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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