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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겹벚꽃 시절` / 권순자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03월 21일
겹벚꽃 시절


권순자




한 시절 보려고
갔더니
언덕에는 흰 벚꽃 간데없고
뜰에는 가지마다
겹벚꽃 총총했네

네 환한 시절이
봄꽃보다 밝아져서
꽃 아래 분홍빛 볼우물
웃음 피고 있었네

때를 못 맞추는 건
꽃만은 아니라네

너무 이른 따뜻한 날씨
너무 이른 꽃들의 도착

너무 빨리 와버린 시간
나는 여전히 봄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아직도 추운 기억이 피부를 더듬고.




▶재작년 4월에 친구와 함께 불국사 벚꽃을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이미 흰 벚꽃은 다 져버리고 없었다. 실망하여 다른 방향을 돌아 나오는데 갑자기 신천지가 펼쳐졌다. 붉은 꽃이 천지에 만개해 나를 반겼다. 예상하지 못한 풍경에 압도되어 가슴이 벅차오르고 기뻤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픈 친구가 겹벚꽃 나무 아래서 웃는 모습이 아름답고 가슴이 아려왔다. 스무 살 철없을 때 만나서 나보다 철든 그녀 덕분에 나는 당시에 어려움을 잘 감당해낼 수 있었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내 곁에 있을 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꽃처럼 아름답고 황홀하던 그녀와의 수십 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겹벚꽃처럼 여전히 고운 그녀가 건강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86년 《포항문학》, 2003년 《심상》 등단. 동서커피문학상(2002), 시흥문학상(2003), 아르코문학상(2012). 시집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천개의 눈물』, 『청춘 고래』, 『소년과 뱀과 소녀를』 등 9권, 시선집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등이 있음. 경북대 영어과, 국민대 교육대학원 영어과 졸업.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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