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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
김유진
칸나 옆에 삽니다. 꽃잎이 참 크다는 생각을 하면서 빨래를 걷습니다. 빨랫줄뿐인 옥상에서 나의 등까지 말립니다
칸나 옆에 삽니다. 고개 든 꽃대궁 앞에서 거름을 넣고 흙을 복돋아 줍니다. 붉은 꽃잎이 더 붉어지도록 멜빵바지를 추켜 올립니다.
칸나 옆엔 칸나가 많아서 나비가 웃고 하늘에는 하늘 품이 있어서 오늘도 등을 폅니다. 하나의 꽃잎 안에 얼마나 많은 표정이 있는지 칸나의 면면을 훔쳐보며 그 옆에 앉아 손톱에 진홍색 메니큐어를 바릅니다
노을 속의 칸나를 보면 손톱이 갇힌 느낌이 듭니다. 칸나 속으로 회전문을 조용히 밀고 들어가다 보면 들고 있던 빨래를 자주 놓칩니다. 칸나가 집니다. 손톱이 깨어납니다. 칸나가 피는 동안 난 옥상 아래를 자주 잊습니다.
▶모과처럼 삶도 마음도 울퉁불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옥상에서 차가운 빨래를 탁탁 털며 빨래와 나의 구김을 폈습니다 그 옆엔 늘 칸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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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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