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나무들도 생존 경쟁` / 황충국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5년 04월 21일
나무들도 생존 경쟁
황충국
첫 눈 내리던 날 삭풍에 그 멋진 몸매 망가뜨리고 바지 저고리까지 훌렁 벗어 던졌다지
가지에 등산로 리본만 나부끼는 적막한 골짜기 벌거숭이 나무끼리 서로 의지하며 잘 살더라고
나무 아래에 서면 잔가지 사이로 창백한 구름이 달리고 나무 위로 쏟아지는 별빛도 넉넉히 보았었지 설핏한 햇살이 짱짱해지던 날 갑자기 나무들 겨울눈이 희번덕거리더니 뿜어 낸 분단장으로 과거를 싹 가리더라고
그 뒤로 다른 나무 아랑곳하지 않고 가지를 뻗고 잎을 틔우더니 한 뼘 하늘도 남기지 않고 거대한 숲을 만들어 내더라니까
▶살아간다는 건 때로 순응이고, 때로는 경쟁이다. 우리는 함께 버티며 의지하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를 밀어내며 자라난다. 공존의 이상을 말하면서도 결국은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손을 뻗는다. 계절처럼 반복되는 인간의 모습이 있다.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 평화 속에서 번지는 욕망. 사회는 늘 그 사이를 오간다. 겉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듯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본능의 흐름이 선명하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그래서 더 복잡하고 솔직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경쟁을 탓할 수도, 연대를 이상화할 수도 없는 삶의 진실 앞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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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4년 서정시학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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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5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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