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김세희
그때는 그랬다 먼 데서부터 오는 새벽빛처럼 방문을 넘는 낯설지 않은 어스름 종소리
운동장에 아이 하나 남기지 않고 교실로 쓸려가고 내보내는 학교 종소리 그 소리는 만년설처럼 켜켜이 쌓여있는데
지금 종을 치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라푼젤의 머리칼 같은 줄만 바람에 흔들리는데 어디쯤일까, 먼 기억의 뜰 온기로 덥히는 종소리
그 종소리 내 안에 있어 이제 긴 줄은 내가 당겨야만 해 내 안에서만 울리는 종소리 부서진 마음 이어 가다듬고 소리는 햇살처럼 나를 감싸네
아스라이 멀어진 기억을 부르는 보리피리 산포니아 연주처럼 마음을 울리는 소리 이제 귀를 울리지 않으므로 마음속에서만 들리는 종소리 헝클어진 내 마음 빗어 내리고 정신을 가다듬는 얼레빗 소리
▶시는 그 사람 사유의 산물이다 어린시절 교회에서 사람이 줄을 잡아당겨 치는 종이 있었다 새벽마다 또는 일요일,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종소리는 내 안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 소리가 이제 내 무의식 속으로 들어와 마음이 번잡할 때 우울할 때 정신을가 다듬는 종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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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2년 <수필> 등단 2017년 <시> 등단 시집 : 『사랑에 빠지다』외 2권 수필집 : 『사랑의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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