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혼唱魂
원동우
어쩔 길 없이 나무는 꽃을 밀어낸다 더 갈 데 없는 가지 끝에 꽃들은 피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낭떠러지에 매달린 어린것들 갓 태어나 어여쁠 때 지는 것이 목메어 바람조차 꽃잎을 건드리지 못한다
나무 밑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 비구니가 꽃그늘을 올려다본다 그 얼굴 위로 떨면서 자꾸만 떨면서 꽃들은 몸을 던진다 잔주름이 가득한 비구니 눈가에 눈물인지 독경인지 반짝이는 봄이 흘러내린다
▶봄은 왜 그리 붉고 찬란하고 슬픈가. 고개를 들면 하늘을 배경으로 삼은 것들 대부분 낭떠러지에 달려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봄이 되면 나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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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예술원 등 현대시창작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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