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하늘 목욕탕` / 노주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5년 08월 15일
하늘 목욕탕
노주현
겨울 참나무 숲은 구치소 목욕탕이다 짧은 목욕 시간 맞추려 모두 옷 벗고 바깥에 떨고 서 있다
하늘 향해 서 있는 나무 가랑이 사이 한 줌 눈이 남았다 숨길 것이 있어 눈 움켜쥐고 손 모으고 서 있는가
기다리던 하늘 목욕탕 문이 열린다 적은 물에 겨우 몸을 적신다 땟국물이 몸통을 흘러내린다
청설모는 마른 가지 건너뛰며 재주부리다 가지 끝 물방울로 목을 축인다
나무 끝까지 밀고 올라온 생명의 반짝임 숲의 식구들 기지개 켜며 옷 갈아입을 시간이 임박했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데, 어떤 날들은 유난히 길게 늘어진다. 차가운 공기는 숨결마저 얼려놓지만, 마음속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아무 말 없이 견디는 동안, 나를 지탱한 것은 희미하게 스며드는 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그 소리와 빛이 내 어둠을 조금씩 걷어내고,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가게 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래 생각했다. 무엇이 나를 붙잡고 있는가. 그리고 알았다. 끝내 놓지 못한 이 땅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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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5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
서정시학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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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5년 0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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