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8-29 07:23:1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아무도 모르는 이름` / 최보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7일
아무도 모르는 이름


최보슬




나무에 새가 걸려 있다

​날아간다

새를 떼어낸 공중의 과정을
생각한다

과정은 말이 많다

너는 나를 통해 말할 수 있고
내가 없이도 말할 수 있다

깨물린 입술이라도 입술이라 불릴 수 있고
새의 입은 계속해서 가난하구나

그늘에 깨물린 햇빛들도 아픔을 알까?

볼이 통통했던 어제의 빛
걸어 놓은 새장이 빛과 어둠을 순례한다

한 사람의 고백이 저녁을 누르고
어제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도망칠 새의 발목을 자르고

새의 표정 일부를 으깨어 자신의
관상을 만들었다

아직 남아 도는 그의 얼굴로
낯선 표정들이

들어간다

밤에는
어디선가 잘려온 새의 발에
가지런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언젠가 봄을 깨물러 나오던 여름

너는 내가 없어서 말할 수 없고
내가 있어서 말할 수 있다

식탁엔 새가 없다
창문은 창문의 온기이고
매일매일은 아직 익명에 있다

새가 날고
공중이 깎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새의 이름.




▶사랑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미워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꽃과 가시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눈과 손의 시간입니다. 보면 아름답고 만지면 피가 납니다. 시간과 공간의 슬픔입니다. 늦은 지하철역엔 더이상 공중전화는 없고 삶의 붐비는 시간을 몸으로 회피합니다. 적당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사랑할 일이 많은 쪽으로 걸아갑니다. 그러나 다시 여름입니다. 꽃은 이곳저곳에 몸을 두고, 바람이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는 다 자라버린 나무는, 잎을 미워할 줄도 모르는 게 숙명인가요? 밤의 검은 틈새로 먼지를 털어내듯 하얀 새의 날개가 사라집니다. 시간과 공간의 사잇길로 흔들립니다. 계절이 불고. 사랑하는 일과 미워하는 일이 숙명인지를 생각합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3년 《문학뉴스》 & 《시산맥》 신춘문예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7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아무도 모르는 이름최보슬 나무에 새가 걸려 있다 ​날아간다새를 떼어낸.. 
해인사에서 김바다하얀 수국들이 침묵하고 있다정화의 불길좁고 가파른 계단.. 
하늘 목욕탕 노주현겨울 참나무 숲은 구치소 목욕탕이다 짧은 목욕 시간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