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이름
최보슬
나무에 새가 걸려 있다
날아간다
새를 떼어낸 공중의 과정을 생각한다
과정은 말이 많다
너는 나를 통해 말할 수 있고 내가 없이도 말할 수 있다
깨물린 입술이라도 입술이라 불릴 수 있고 새의 입은 계속해서 가난하구나
그늘에 깨물린 햇빛들도 아픔을 알까?
볼이 통통했던 어제의 빛 걸어 놓은 새장이 빛과 어둠을 순례한다
한 사람의 고백이 저녁을 누르고 어제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도망칠 새의 발목을 자르고
새의 표정 일부를 으깨어 자신의 관상을 만들었다
아직 남아 도는 그의 얼굴로 낯선 표정들이
들어간다
밤에는 어디선가 잘려온 새의 발에 가지런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언젠가 봄을 깨물러 나오던 여름
너는 내가 없어서 말할 수 없고 내가 있어서 말할 수 있다
식탁엔 새가 없다 창문은 창문의 온기이고 매일매일은 아직 익명에 있다
새가 날고 공중이 깎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새의 이름.
▶사랑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미워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꽃과 가시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눈과 손의 시간입니다. 보면 아름답고 만지면 피가 납니다. 시간과 공간의 슬픔입니다. 늦은 지하철역엔 더이상 공중전화는 없고 삶의 붐비는 시간을 몸으로 회피합니다. 적당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사랑할 일이 많은 쪽으로 걸아갑니다. 그러나 다시 여름입니다. 꽃은 이곳저곳에 몸을 두고, 바람이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는 다 자라버린 나무는, 잎을 미워할 줄도 모르는 게 숙명인가요? 밤의 검은 틈새로 먼지를 털어내듯 하얀 새의 날개가 사라집니다. 시간과 공간의 사잇길로 흔들립니다. 계절이 불고. 사랑하는 일과 미워하는 일이 숙명인지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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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3년 《문학뉴스》 & 《시산맥》 신춘문예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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