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간
김휼
여섯 살 심장 위에 올려진 검은 돌
식물로 분류된 이후 아이는 한 번도 입을 연 적이 없다
힘껏 내달린 시간이 멈출 때, 그 길 끝에서 안개는 피어올랐다
여섯 살의 손과 스물세 살의 얼굴, 한 몸으로 죽은 듯이 누워 귀를 키웠다
출구 없는 침묵
희번덕 눈을 뒤집어 고요를 좇는 아이를 놓칠세라 어미는 잎사귀 같은 손을 붙잡고 시들어간다
병실 창밖의 구름을 이불로 삼고 잠든 오후
어미의 눈물이 식물을 키우고 있다
▶사노라면 때로 인간이 식물로 분류되는 지점을 맞기도 한다. 두 발을 가지고도 자리를 옮겨가지 못하게 되어 한 자리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식물의 시간에는 안개가 자꾸 피어오른다. 스물 세 살이 되도록 자라지 않는 손과 발은 사고가 난 여섯 살에 멈춰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자라는 식물을 오늘도 어미는 눈물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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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한국 기독공보 신춘문예와 2017년<열린시학> 으로 등단. 목포문학상 본상 수상, 제주 4.3 평화 문학상 수상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너의 밤으로 갈까』 사진 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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