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5-25 03:26:0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섬초` / 최예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11일
섬초


최예지




비금도의 한겨울
여러 발걸음 가득한 흙밭
푸르뎅뎅한 바다도 아니건만
게르마늄 토양 위로 푸르게 채워
멀리 떠난 자식들도
선뜻 돌아오지 못하는 먼바다
펼 수조차 없는 관절에 닿는 듯
아리도록 파고드는 갯바람

수화기 너머 볼멘소리였건만
하루 종일 쭈그려 앉아
할매들이 피워낸 자랑꽃
몇 해 지난 하누넘이 기념사진
손때 묻은 얼룩을 다시 한 번 어루만지며
해풍에 다 털리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조그맣게 불러보는 귀하던 이름 석 자

바람에 굽고, 소금기 스민 땅에 눕혀도
파랗게 흙을 뚫고 자라는 강인한 뿌리를 캤다
까맣게 잊어버린 푸르던 시절은
늘 못해준 죄책감 값
남은 손끝의 흙과 바람만이
그 시간을 기억한다

매일 스치고 흩어지는 바람 사이
끊임없이 도는 명사십리 해변의 풍차
보일 듯 말 듯 멀건 동공
먼지처럼 흩어질 것 같은 그림자만 다다르지 못한 발걸음처럼 어른거릴 뿐,

*섬초: 시금치의 한 종류로, 전남 신안군 비금도 등 섬 지역에서 해풍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시금치를 ‘섬초(섬에서 자란 시금치)’라 부른다.




▶비금도의 겨울은 예상보다 깊고 거칠었다. 밭고랑 사이를 파고드는 갯바람 속에서도 할매들은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섬초를 매만지고 있었다. 손등에 새겨진 세월의 굴곡과 흙냄새가 이 시의 첫 장면을 열어주었다.
섬은 멀리 떠난 이들을 붙잡은 채,
선뜻 돌아오지 못하는 마음들까지 오래 간직하고 있었다. 해풍에 다 털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고, 할매들이 조그맣게 불러주던 옛 이름들은 바람 속에서 작게 흔들렸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1년 <포엠포엠>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11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토마토 거리 원도이  벽을 쌓읍시다 아니, 벽을 삶읍시다 토마토처럼  .. 
감은사로 간 시인류현주답사객으로 보이는 45명을 태운 버스가주차장으로 .. 
나 24층에 살아 ​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