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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다
홍성주
달맞이 숲에서 넘어오셨나요 별을 바라보세요 모르는 사람이 잠시 휴대폰을 건넸을 뿐인데 망설임도 없이 무릎 꿇는 이유는 거룩한 뜻 없음이라 해두죠 찰칵
웃지 않아도 괜찮아요 두 분, 연인은 아닌가 보죠 별 바라기 숲에는 아직 별이 없어요 달은 만나셨나요 자작나무 마른 손이 속닥이는 소리는 만져보셨나요 자, 좀 더 가까이 서로에게 멀어지세요 손가락도 도끼가 될 수 있어요
다리는 나무처럼 길게 줄였어요 혹시 기린이 되고 싶나요 닮으셨어요 장작 같아요 부부 같은 웬수는 아닌가 봐요 눈웃음을 멀찍이 당겨볼게요 겹겹 주름 흰 세월이 헐떡이며 달려가네요 찰칵
하늘에 매인 바람도 슬쩍 담아드렸어요 찍어도 파이는 건 심장인 걸요 지난겨울 칼바람이 베어버린 자작자작 작은 나무 강설이 넘어뜨린 타닥타닥 큰 나무 태우지는 않아요 통나무 쉼터로 곳곳에 누워 두고두고 편평히 살아간대요 다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에서 사진은 찍는 게 아니라 담는 거예요 곧게 뻗은 등골도 서늘하게 놀라거든요 그저 살포시 셔터만 누를게요 차알칵 무릎은 모르는 척 알아서 일어서야 해요 잘 박혔는지 확인은 찍기 나름이지요
* 강원도 인제읍 원대리
▶12월이면 항상 ‘벌써’라는 말이 앞서 온다. 어쩌자고 탄일종도 묻혀버린 성탄절에 나는 원대한 꿈도 없이 원대리로 갔을까. 상처와 아픔을 서로 찍어대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자작나무 숲이 전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담고 돌아왔을까. 다시 편평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오늘만큼은 알게 모르게 무수히 내가 찍은 나를, 너를 보듬어 토닥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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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5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
저서 『바람이 두고 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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