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6-10 15:40:3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생의 밑바닥에서 만난 온기는` / 유태승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04일
생의 밑바닥에서 만난 온기는


유태승




삶의 길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게 발밑이 꺼지고
그곳이 끝인줄 알았던 절벽아래
또 다른길이 숨어 있슴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이다

찬바람이 벽이 되고
빈 밥그릇이 거울이 되어
초라한 얼굴을 비추던 날들이 있었다

세상은외면했고
내 그림자조차 나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러나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려는 눈물나는 의지
그것이 곧 기적이었다

눈물로 바닥을 닦으며 배웠다
밑바닥은 절망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자궁이라는 것을

한때는 칭찬 한마디가
따스한 밥보다 더 먹고 싶었고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겨울 햇살보다 더 그리웠다
외로움속에서
나는 비로소 인간의 진짜 온도를 알았다

얼음장 같은 시간도
끝내 봄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 주었고
나는 그손끝의 온기로 다시 세상을 배웠다

이제 안다
내가 쓰러졌던 밑바닥은
패배의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빚는 가마인 것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요즘 나는 자주 멈춰 서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들 앞에서 발걸음이 늦어진다. 잘 버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인지 자꾸 가장 낮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대단히 비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다만 매일이 조심스러웠고, 스스로에게 말수가 적어졌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하루의 온도가 달라지던 때였다. 그때 알게 됐다. 사람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대신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요즘 느끼는 건, 바닥이라는 게 꼭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 내려갈 곳이 없을 때는 오히려 숨을 고를 수 있다.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다. 남는 건 살아 있으려는 마음 하나뿐인데, 그게 의외로 오래 간다. 예전에는 버틴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끝까지 버텼다는 건, 그만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별한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하루를 넘긴 결과일 뿐인데도 말이다. 요즘은 사람을 볼 때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말수 없는 사람의 침묵이나, 괜히 날 선 태도 뒤에 숨은 사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삶이 완전히 편안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넘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시 일어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 누군가의 온기, 그리고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 요즘 나는 그 두 가지를 오래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3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별들이 빛나는 마루모테』 외 다수(10여권) 
   한국 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04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창원 김달진문학관은 제37회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이상국 시인.. 
토마토 거리 원도이  벽을 쌓읍시다 아니, 벽을 삶읍시다 토마토처럼  .. 
감은사로 간 시인류현주답사객으로 보이는 45명을 태운 버스가주차장으로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