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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밑바닥에서 만난 온기는
유태승
삶의 길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게 발밑이 꺼지고 그곳이 끝인줄 알았던 절벽아래 또 다른길이 숨어 있슴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이다
찬바람이 벽이 되고 빈 밥그릇이 거울이 되어 초라한 얼굴을 비추던 날들이 있었다
세상은외면했고 내 그림자조차 나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러나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려는 눈물나는 의지 그것이 곧 기적이었다
눈물로 바닥을 닦으며 배웠다 밑바닥은 절망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자궁이라는 것을
한때는 칭찬 한마디가 따스한 밥보다 더 먹고 싶었고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겨울 햇살보다 더 그리웠다 외로움속에서 나는 비로소 인간의 진짜 온도를 알았다
얼음장 같은 시간도 끝내 봄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 주었고 나는 그손끝의 온기로 다시 세상을 배웠다
이제 안다 내가 쓰러졌던 밑바닥은 패배의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빚는 가마인 것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요즘 나는 자주 멈춰 서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들 앞에서 발걸음이 늦어진다. 잘 버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인지 자꾸 가장 낮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대단히 비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다만 매일이 조심스러웠고, 스스로에게 말수가 적어졌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하루의 온도가 달라지던 때였다. 그때 알게 됐다. 사람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대신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요즘 느끼는 건, 바닥이라는 게 꼭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 내려갈 곳이 없을 때는 오히려 숨을 고를 수 있다.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다. 남는 건 살아 있으려는 마음 하나뿐인데, 그게 의외로 오래 간다. 예전에는 버틴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끝까지 버텼다는 건, 그만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별한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하루를 넘긴 결과일 뿐인데도 말이다. 요즘은 사람을 볼 때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말수 없는 사람의 침묵이나, 괜히 날 선 태도 뒤에 숨은 사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삶이 완전히 편안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넘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시 일어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 누군가의 온기, 그리고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 요즘 나는 그 두 가지를 오래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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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3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별들이 빛나는 마루모테』 외 다수(10여권)
한국 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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