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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나 24층에 살아` / 이만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8일
나 24층에 살아 ​ 


이만영




나 안개랑 친해
뽀얀 구름밭에 파묻혀 살지

모닝커피에
햇살 몇 방울 떨어뜨리면
질 낮은
아침 시간은 가라앉고
등짝 넓은 오후가 환하게 펼쳐지지

높은 창 커튼을 열면
지붕의 콧잔등부터 막다른 행성의 뒤통수까지
엉뚱한 곳만 가리키는 내비게이터

폭설에도 까딱 않던
근육질의 황소바람이 펄럭펄럭 귀를 스쳐
그 바람에 바쁜 출근 코앞에서
전철을 놓쳤어

휠체어에 날개 달고 날다가
캐리어처럼 전전긍긍 바닥에 나뒹구는
하루가 깨어질까

첨 보는 민낯 맨 몸뚱이 고라니 구름에겐
냉정하게 굴어야지
남서풍 기다리며 꽃 피울 때를 조바심하는 베란다
솜사탕 꽃이나 심어볼까

와인 잔에 안개 한 스푼
노을처럼 파도처럼 어둠이 몰려온다고

비명 질러도 될까
낯선 별
낯선 주소로부터 이민 오는 사람들
밀입국자가 늘어나는데
고층 건물에 익숙했던 쌍둥이네는 도대체 어느 별로
역 이주해 가버렸나

나 24층에 살아
구름에 휘감겨 달콤한 미래에 취한 척
스물네 계단 스물네 계절을 기꺼이
열어두지

오르내리며
슬픔의 맛을 알 것 같아




▶24층에 산 지 스무 해 남짓,
숫자 24는 이제 내 삶의 결처럼 익숙하다.
안개와 구름 사이,
현실과 환상이 겹치는 경계에서
나는 출근길의 지연과 베란다의 꿈을 오르내린다.
높이 오를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천천히
번져오는 슬픔의 결이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9년 제8회『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2018년 제39회『근로자문학제』은상
  시집 『코끼리와 행신동 맥도날드』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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