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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토마토 거리` / 원도이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8일
토마토 거리


원도이




  벽을 쌓읍시다 아니, 벽을 삶읍시다 토마토처럼
  벽도 빨갛게 익어갑니다 잘 누르면 으깨지기도 합니다 벽을 말랑말랑하게 가꾸는 일입니다

  잘 삶은 벽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놓고 마주 앉아 오물오물 씹는 시간을 다정한 저녁 식사라고 해봅시다
  토마토처럼 흐물흐물해진 벽 앞에서
  우리는 잠시 입을 맞춥니다

  입속에서도 토마토는 자랍니다
  줄기는 벽을 타고 오를까요 우리는 잠시 채소이거나 과일이거나

  상관없습니다 벽은 토마토를 알지 못합니다
  토마토의 심장에 씨앗이 들어 있다는 걸 씨앗은 아주 작고 보드랍다는 걸
  씨앗도 붉다는 걸

  벽과 토마토의 거리는 유동적입니다
  어느 오후 나뭇잎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기분에 따라 흘러 다닙니다
  빗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과 토마토에서 둥글게 떨어져 내리는 기분은 다를까요

  담벼락 아래 토마토 한 주를 심어볼까요
  토마토가 자랄 때마다 누군가는 담벼락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토마토를 삶읍시다 아니, 쌓읍시다
  토마토 상자에 탄탄한 토마토부터 쌓으며

  우리는 잠시 토마토로 쌓은 거리를 이야기했습니다




▶ 벽 앞에서 우리는 절망한다. 나의 벽이 분명 옳은데 너는 왜 너의 벽만을 고집하는가. 그런 불통의 벽 한 귀퉁이를 떼어내 토마토처럼 푹 삶아서 식탁에 차려놓고, 마주 앉아 오물오물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우린 훨씬 덜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벽을 삶는 일은 쉽지 않다. 벽이 요리의 재료가 되냐 요리를 해도 먹을 만하냐 따진다. 서로의 벽에 근사한 창 하나씩 만들자 말하고 싶다. 그 창으로 벽 너머 토마토의 붉은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창을 열고 토마토 거리를 지나 당신에게 달려갈 수 있다면




ⓒ GBN 경북방송




▶약력
  2019년 《시인동네》  신인상.
  시집 『비로소 내가 괄호 안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토마토 파르티잔』 외.
  제9회 동주문학상, 제2회 경북문예현상공모대상, 농촌문학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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