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지
김리영
잉크 물 빼고 얼룩이 빠져나가 엉성한 미소만 남았네.
곧은 선 그을 필요 없는 연습장 누구라도 찾아와 삐뚤게 밟고 가지.
리허설 마치고 잠시 쉬어가 보았나? 춤꾼이 아니면 모르지. 세상이 흔들려도 가장 편안하게 받아주는 연습실 누런 마룻바닥에 착지하는 기분
새하얗고 미끄러웠지. 으깨고 섞어 바람에 말린 날 순수 펄프가 몸속에 조금 남아 있어, 밀리고 구겨져도 일어설 힘이 솟아나네.
▶동네마다 도서관에서 이른 아침, 시의 페스티벌이 열리길 바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로비에서 오픈 전, 음악의 데시벨을 높이고 춤추는 모닝커피클럽으로 변신한 행사가 열렸다. 도서관 로비에서도 출근 전, 커피를 든 사람들이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평소와 다른 활기찬 분위기로 시를 감상하면 좋겠다. 우리는 커피와 음악과 함께 시를 즐기며 느껴 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필요하다. 참가자는 1인 1 음료를 마시고 시를 좋아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무용, 미술은 새롭게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고 있다. 시가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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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제4회 바움문학작품상, 제3회 공간시낭독회 문학상 수상.
시집 『서기 1054년에 폭발한 그』 『바람은 혼자 가네』 『푸른 콩 한 줌』 『춤으로쓴 편지』 『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 『비 오는 날엔 아포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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