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창
배선윤
나의 20대, 나타샤를 사랑했던 백석 닮게 살겠다 치기에 발목이 잠겨 비틀대던 그 시절 아버지의 구두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기름밥을 먹어도 신발은 단정해야 한다며 기름때 한 점, 먼지 한 톨 없던 아버지의 구두코
이 빌어먹을 도시에는 눈도 내리지 않아 눈만 푹푹 내리는 날을 백석처럼 사랑할 수 없다던 객기를 웃어넘기던 아버지의 구두는 늘 광이 났다.
멀리서 개가 짖던 볕 좋던 초여름 아버지 가시던 그날, 단벌의 구두를 안고서야 울었다.
태우지 못한 아버지 단벌의 구두 반짝이 구두코로 메우려던 아버지 뚫린 밑창이 서러워서
흰 당나귀를 찾겠다고 헤매던 내 빈 날들을 아버지 구두, 하루씩 닳았던 날들로 채우고 있었는데 아버지 몽키 하나로 채우던 나의 시간들 아무리 구두창이 닳아도 걸음 가벼워지지 않았던 아버지의 시간들
구멍 난 아버지
▶내 아버지는 “집에 가고 싶다.”고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하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날 눈물이 나지 않았다. 허연 나무로 만든 관에 아버지였던 주검이 들어가고 석판으로 다시 에워싸고, 그 위에 어머니의 고집같은 십자가가 그려진 천을 덮고서도 나는 울지 않았다. 아버지를 땅에 묻고서야 눈물이 났다. 그제서야 내가 돌아갈 시간이 없어진 걸 느꼈다. 내가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아버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아버지에게 나는 자랑이었고, 1번이었다. 아버지의 그 마음에 한 푼 어치의 정도 얹지 못하고 아버지를 보냈다. 국민 학교 담벼락에 앉아 글자를 깨우치시고 아이스케키 상자 등에 지고 아홉 살부터 가장 노릇하셨다던 아버지에게 나는 다른 세상에서 빛나는 사람이었고, 대구라는 갑갑한 분지 어느 골목에서 조이고 닦아내며 기름밥 벌던 아버지가 내게는 벽처럼 막막했다. 당신은 배우지 못했어도, 당신은 알지 못했어도, 당신 눈에만 눈부시는 병약한 딸의 손을 잡고 연극와 영화를 뵈 주겠다고 나서던 아버지의 어울리지 않던 구두가 어느 날 아른거렸다. 내내 슬프지 않던 아버지의 장례가 아직 내게는 치르지 못한 의례로 남아 가슴 한 켠에는 바람이 분다. 잠시라도 그 바람이 잠들었으면 하고 아주 못되고 나만 아는 마음으로 쓴 이기적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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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6년 「순수문학」 으로 등단 시집 『하늘로 다리를 뻗어 아이를 낳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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