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무녀가 되고파` / 이선외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23일
무녀가 되고파 이선외
내가 너에게 멋진 걸 보여줄게.
내 손을 검사해. 자, 비었지?
내 브래지어도, 팬티 속도......자, 보렴.
나에겐 정말 아무 것도 없단다.
등 뒤의 빽은 더더욱 없지
시장에 가니 아무 것도 살 것이 없고
학교에 가도 아무 것도 배울 게 없네
식당에 가면 먹을 게 없고
일터에 가도 남은 일이 없어
그러니 나는 죽어 마땅하지?
나를 심어 봐
죽은 내게 수읠랑 입히지 말고
구덩이에 세워서 나를 묻고서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고
마른 수건을 덮어 줘
여서이레쯤 잠을 자고 나면
무슨 싹이 나올지 알아맞혀 봐
왜냐하면 나는 지금 와들와들 떨리거든
종아리 아래 발치께로 묵직한 기운이 몰리고
쟁쟁 꽹과리 소리 멀리서 들려와
모두들 멈춰 봐
나 지금 몹시 떨리거든
시를 쓸 때.
▶시는 꿈과 현실을 아우르는 작업이지요. 저의 시는 무욕의 세계에 살지만 우주의 근원에 대하여 성찰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번제물로 바치고 싶은 무녀의 기도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정직하게 무욕하게 살고자 선언하면서 물아일체를 꿈꾸는 작업으로서 존경하는 프랑스의 여류시인 조이스 만수르(Joyce Mamsour)의 시- ‘나는 정원에 아이의 손을 심었어요’ -에 대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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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
한국초현실주의문학예술연구회 회원
시집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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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1년 0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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