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강원도 옥수수 막걸리` / 박철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07일
강원도 옥수수 막걸리
박철영
소양댐에서 첫 배 타고 청평사 찾아가는 길 잔잔한 소양호 물머리들이 아침 낯을 씻느라 부산하다 첫 손님이 생각보다 이른 사월 초순 군데군데 봄기운 빌어 꽃봉오리 드물게 터트린 왕벚나무와 수양 능수 찰박찰박 물빛을 퍼 올린다 텅 빈 배에 선장하고 달랑 둘뿐 수심 내려앉은 봄날 소양호엔 내 스무 살 적 헐렁한 청춘처럼 과거를 들키고 만 소양댐의 민낯이 붉다 청평사 올라가는 갈래 길에 스무 살 때엔 보지 못했던 생강 꽃 노랗게 번져 있고 점순*의 젖내 감싼 알싸한 능선 휘감고 흐르는 낙수 따라 삼매에 든 청평사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어설프게 호객하는 조선족 아줌마 먼 훗날 나만큼 가슴 아릴지 몰라 옥수수 막걸리 한 병 시켜 마시는데 술잔에서 서러운 스무 살이 자꾸만 넘쳐흘렀다
*점순 (김유정 『동백꽃』등장인물)
▶당당하게 나를 불러주지 못했던 스무 살 시절 기억을 더듬어 추억을 찾아가는 시간 뜨거운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홀로 부평에서 춘천 소양댐을 찾아갔던 여름 경춘선 열차는 통로까지 통기타 소리와 노래가 어우러져 소란스러웠지만 참으로 부러운 청춘들의 모습이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소양댐을 삼십구 년 만에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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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2002년 『현대시 문학』 시 등단
2016년 『인간과 문학』 평론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 동인.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산문집 『식정리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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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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