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뻐꾸기 시계` / 정명순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4일
뻐꾸기 시계
정명순
죽은 듯 숨을 멈추었던 어느 날부터 뻐꾸기는 맘대로 울기 시작했다 한 시에 한 번, 두 시에 두 번, 세 시에 세 번… 매일 같은 시간의 문을 열고 나와 이십 여 년을 울어왔는데 남은 세월도 그렇게 울어야 하냐는 듯 뻐꾸기는 제 맘대로 울어댔다
열한 시, 한 번 울고는 쌩하니 들어가 버린다 새벽 한 시, 계속 울어 쪽잠을 깬다 시집올 때 가져온 이 빠진 접시처럼 찌그러진 양은 냄비처럼 삐딱하게 걸려 삐딱삐딱거린다
뻐꾸기가 나올 때마다 뛰어나와 박수치던 딸아이의 목소리로 웃다가 비 오는 날 엄마의 앓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하루를 48시간으로 살던 나의 삼사십 대 숨 가쁜 호흡으로 헉헉거리기도 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뻐꾸기는 가래 끊는 소리를 내며 낡아가고 나도 낡아가기에 익숙해진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분간을 못하는 치매 걸려버린 뻐꾸기의 하루하루, 여전히 거실 한 가운데에서 울고 있다
▶제 맘대로 울어대던 뻐꾸기시계는 이제 완전히 멈춰 섰습니다. 조용합니다. 작은 바늘과 큰바늘을 모아 0시에 맞추어 놓았습니다. 만남과 이별의 경계에서 여전히 빈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도 지나고 나면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처럼 한 장의 추억입니다. 기쁨과 슬픔의 나날을 가득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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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BN 경북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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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3년 <동강문학> 등단
2018년 충남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시집 『한 개 차이』 『웃음으로 쏟아지는 눈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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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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