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모로 눕다` / 김금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09일
모로 눕다
김금란
빛이 없는 것들은 그늘이 된 것들이다 빛이 되지 못한 것들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말고 자꾸만 한쪽으로 몸이 기운다 몸이 기우는 건 슬픔을 숨기는 것 오래전 어느 늦은 밤, 아침 국거리로 시금치 한 단을 사 들고 오던 길 아파트 공원 가로등 밑에서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물고 서 있던 당신 당신이 그랬지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 한쪽에 그늘 하나쯤 가지고 산다고 하지만 당신의 그늘을 차마 볼 수 없는 나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고개 저으며 젖은 배게 위에 한쪽 팔을 접어 넣고 누워 오래오래 잠든 척했던 날 그날 알았지 그늘진 것들의 대부분이 왜 자꾸만 모로 눕는지를
▶관처럼 무서운 것은 없었다 그늘진 마음에 뾰족하게 자라는 생각들이 생의 모서리를 휘감던 때가 있었다 누운 채 발만 뻗어도 닿던 서랍장처럼 금방이라도 가 닿을 것만 같던 나의 계절은 서랍마다 겹겹이 쌓인 옷가지 들처럼 내 삶의 뒤쪽에서 온몸을 말고 돌아누워 있었다 푸른 꿈을 꾸듯 봄을 기다리며 한잠, 두잠, 석잠, 넉잠 점점 깊은 잠에만 빠져들던 누에의 계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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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4년 계간 뿌리문학 등단 충남문인협회 회원
보령문인협회 회원
숲속시 동인 시집 「짧은 만남도 오랜 슬픔일 때가 있다」 「그리움을 숨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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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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