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팔월` / 박인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19일
팔월
박인하
지금은 칠월 한여름 아직 오지 않은 팔월에 대해서 쓴다 아이스크림처럼 빨리 녹는 시계는 지루해진 시간을 모래 위에 슬쩍 흘리고 있을 것이다 태풍은 바람의 틈새를 어슬렁거리다가 푸른 나무의 목을 쳐내고 제 수위를 견디지 못한 집들도 빙하처럼 물 위를 떠다니고 있겠지 뜨거운 태양 아래 칸나가 더 붉어지면 해바라기가 까맣게 속을 태우는 어떤 시절들의 그곳
이곳 생의 다른 온도를 지니고 고개를 내밀어 서로를 마중하는 시간들 형식이 완성되지 못한 편지는 고서처럼 바래가며 신비로워진다 우리는 아무런 소식도 주고받지 못하며 어떤 기억들로 예감을 만들며 그곳으로 이곳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장마가 지나가고 있으니 그곳의 해질녘은 조금씩 서늘해지고 있겠다 이곳의 뜨거움이 그곳의 바람을 가까스로 만나는 궁창에서 태풍이 시작된다면 너는 이미 가버리고 없는 팔월이다
▶나는 여기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도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날들 그곳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 내가 있는 곳은 지금 여기 나는 조금 늦거나 너무 빠르다 그러므로 당신은 늘 나의 시간 밖에서 나를 기다린다 꽃이 붉어도 함께 보지는 못한다 당신이 다녀가서 이곳이 뜨겁다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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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
서정시학회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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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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