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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피사리` / 이주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31일
피사리

이주희


키보드를 두드려 자음과 모음을 섞어
두 포기 세 포기 네 포기 줄과 열을 맞추어 모를 심으면
못비에 쥐뼘만큼 들바람에 집뼘만큼 자랄 줄 알았다
노랑나비와 흰나비 찾아올 때마다 이삭이 달릴 줄 알았다
종달새 노래에 탱글탱글 이삭은 영글리라
감이 익어갈 무렵 풍년가를 부를 수 있으리라

바람이 불 때마다 벼 사이사이
피들이 숨바꼭질하듯 고개를 내밀었다 숙였다 한다
벼와 피, 주객이 바뀌면 어쩌나
할머니 흰 머리 뽑아드리듯 남김없이 뽑아낸다
얼굴을 내밀다가 숨으며 약 올리는 두더지를 때려잡듯
피를 골라내고 들어내고 잡아낸다

온종일 일비를 맞으며 뽀바낸 자리
뭉게구름 아래 부는 실바람에 땀 식히며
뉘 고르듯 골나낸 자리
고개 내민 피는 재미지다는 듯 샐샐거린다
백로가 헤집고 다닌 사이에서 드러낸 자리
저지레하는 참새와 흥타령 주고받으며 자바낸 자리
피는 의기양양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는 나는 벼를 지켜내고자
뙤약볕 아래 양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오타를 뽑아낸다




▶글 농사를 짓는 나의 글밭엔 반갑지 않은 오타가 무성하다. 한 톨의 쌀이라도 더 거두고자 일비를 맞으며 피사리를 하는 농부처럼 나는 안간힘 쓴다. 그럴수록 오타는 논의 피가 벼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듯 고개를 숙였다 내밀었다 약을 올리며 의기양양하다. 튼실한 알곡 수확을 위하여 오늘도 나의 글밭에서 오타와의 전쟁은 계속되리라.



ⓒ GBN 경북방송




▶약력
  2007년 『시평』 등단
  시집 『마당 깊은 꽃집』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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