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19-09-19 오후 07:17:5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피사리` / 이주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31일
피사리

이주희


키보드를 두드려 자음과 모음을 섞어
두 포기 세 포기 네 포기 줄과 열을 맞추어 모를 심으면
못비에 쥐뼘만큼 들바람에 집뼘만큼 자랄 줄 알았다
노랑나비와 흰나비 찾아올 때마다 이삭이 달릴 줄 알았다
종달새 노래에 탱글탱글 이삭은 영글리라
감이 익어갈 무렵 풍년가를 부를 수 있으리라

바람이 불 때마다 벼 사이사이
피들이 숨바꼭질하듯 고개를 내밀었다 숙였다 한다
벼와 피, 주객이 바뀌면 어쩌나
할머니 흰 머리 뽑아드리듯 남김없이 뽑아낸다
얼굴을 내밀다가 숨으며 약 올리는 두더지를 때려잡듯
피를 골라내고 들어내고 잡아낸다

온종일 일비를 맞으며 뽀바낸 자리
뭉게구름 아래 부는 실바람에 땀 식히며
뉘 고르듯 골나낸 자리
고개 내민 피는 재미지다는 듯 샐샐거린다
백로가 헤집고 다닌 사이에서 드러낸 자리
저지레하는 참새와 흥타령 주고받으며 자바낸 자리
피는 의기양양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는 나는 벼를 지켜내고자
뙤약볕 아래 양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오타를 뽑아낸다




▶글 농사를 짓는 나의 글밭엔 반갑지 않은 오타가 무성하다. 한 톨의 쌀이라도 더 거두고자 일비를 맞으며 피사리를 하는 농부처럼 나는 안간힘 쓴다. 그럴수록 오타는 논의 피가 벼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듯 고개를 숙였다 내밀었다 약을 올리며 의기양양하다. 튼실한 알곡 수확을 위하여 오늘도 나의 글밭에서 오타와의 전쟁은 계속되리라.



ⓒ GBN 경북방송




▶약력
  2007년 『시평』 등단
  시집 『마당 깊은 꽃집』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31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이주희 시평 마당 깊은 꽃집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제 6회 ‘선덕여왕대상’ 요강 공고
코리아 보드게임즈 주최, 제 4회 스플렌더 그랑프리대회 황남초 3학년 박승민군(황남초방과후 멘사반) 2위..
제3회 경북협회장기 배드민턴대회, 김천서 열린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느티나무 휴게소` / 이노나 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숨바꼭질` / 이현 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접속` / 양희진 시인
영주시 ‘선비글판 가을편’ 당선작 작품패 전달
박명재 의원, 재래시장 등 추석민생투어 나서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질문` / 최도선 시인
경북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차단에 총력!!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가을 이야기 안상봉노을 이고만추로 가는 길단풍잎 하나 입에 물고땅거미 짙은여울.. 
질문최도선나무가 사람이 된다면그가 뿜어낸 냄새는 어떨까?사람이 나무가 된다면그 ..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어두운 추억들은 검은 석탄들처럼 힘없이 부서져..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12일 세손으로 책봉되..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232(황오동 110-1) 2층 / 발행인 : 진병철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773-0456 / Fax : 054-773-045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00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병철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