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사과 같은 사과` / 김애리샤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2일
사과 같은 사과
김애리샤
사과는 진지하게 깎으려 할수록 추해진다 누런 속살이 부끄럽게 잘려 나간다 살 속을 다 파고들어 두 개의 검은 씨앗을 꺼내든다 너는 복잡하고 예민한 숲 같은 생각회로를 가지고 있다 무성한 숲길을 다 헤아릴 수 없다 그곳에 묻어두면 하얀 사과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백한 번째 뿌리를 들춰내고라도 씨앗을 발아 시키고 싶다 숲길을 걸을 땐 함부로 바람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 안 된다 미안해할수록 이파리들은 더 거세게 흔들리고 회로 어디쯤에선 불꽃이 튀어오를 수도 있으므로 재빨리 걸어야한다 느릴수록 안주하고 싶어진다 사과는 시간의 흐름과 비례관계 스치는 바람 사이에 물려진 거미줄처럼 아슬아슬하게 떨리고 있다
너의 회로 속에 묻어두고 싶은 씨앗 발아시키고 싶은 말이 있다
▶시를 알아가는 일은 당신을 이해해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복잡하고 예민한 문장들 속에서 당신을 발아시키고 싶다. 함부로 지나가는 바람의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미안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누런 속살들을 조금은 부끄럽게 드러내며 시간과 함께 흘러가 볼 것이다. 그러면 당신 속에 묻어두고 싶은 말들이 시로 발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 시 속에서 나는 또 당신의 발아를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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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8년 창작21 신인상
창작21 작가회 회원 제주작가회의 회원
라음동인
시집 「히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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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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