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도화` / 이덕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11일
도화
이덕완
통증은 핏속을 역류하는 연어다 계곡 어딘가에 있다는 무릉도원에서 복숭아 꽃잎 냇물 따라 흘러내리자 연어는 아픔에 겨워 아가미가 붉어진다
가을 아닌 봄날, 그 잃어버린 시간 속에 서걱거리던 소금기도 씻긴지 오래 버짐 핀 지느러미를 살랑거려 보지만 연분홍 꽃잎만 노을 싣고 떠내려 오고 물가의 수달래가 더 붉어질 뿐인데 바위에 부딪힌 통증이 파닥거리며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좋겠다는 어머니의 비명이 생각나는 새벽녘 어둠이 사라지듯 아픔도 꿈을 피운다
관 속의 어머니처럼 누워보지만 아, 나에겐 왜 더운 피가 도는가 발바닥으로부터 올라온 연어들이 심장에 머리를 박으려고 퍼덕거린다
좌심방의 돌기와 우심방의 가시가 만나 붉은 꽃 피고 하얀 꽃 지고, 그 뒤의 도화桃花 온몸에 불이 올라 활활 타는 봄밤 죽은 연어가 흩어지는 강을 나는 흐른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몸앓이 저 너머에 피는 꽃들 맘앓이 저 마루에 뜨는 별들 빛에 어리는 선명한 그림자들 그것들이 보일 때,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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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강의
시집 「늑대처럼 살펴가소서」
인문서점 책읽는부엉이 운영(현) 두근두근인문학당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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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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